델레 B2, C1 준비 후기

3년 전에 나는 델레를 독학하려고 했었다. 대학교 교양 강좌로 초급 스페인어1, 2, 중급 1까지 끝낸 상태였다. 한국 스페인어 학원에서 문법 강좌를 한 달 수강한 결과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원어민 과외는 돈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델레 대비 교재로 나온 것을 사보았다.

Difusión 출판사의 Las claves del Nuevo DELE B2가 내 첫 델레 책이다. 마드리드의 Casa del Libro(대형 서점)에 갔을 때 다른 교재를 사려다 마침 재고가 없어서 대신 샀었다. 얼마 공부하다가 곧 포기했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코너가 골고루 있었지만 혼자서 말하기, 쓰기 질문을 하더라도 피드백을 받을 곳이 없어서 효과적이지 않았고, 원서 교재답게 정답 해설이 친절하지 않아서 의문을 해결할 길이 없었다. 수업 교재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독학에는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유명한 Edelsa 출판사의 Preparación al Diploma de Español B2를 사서 공부를 시도했지만 주제별로 단어 및 표현 1페이지+ 델레 실전 문제만 나와있어서 이 역시 나에게는 버거웠다. 일단 각 장에 있는 단어 및 표현을 한국어 뜻을 찾아 적으며 공부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네이버 사전에 쳐도 안 나오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쓰기나 말하기 파트는 예시 하나만 읽고 내가 따라 연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델레 공부를 미루고 있다가 여름에 스페인 대학교 부설 스페인어 교육원에서 강의를 신청했다. 레벨 테스트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네 영역에서 학생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우리가 가장 높은 레벨의 반이었지만 델레 문제를 가끔씩만 접해볼 뿐이었다. (그래도 쓰기 수업에서는 델레 유형의 글을 써가면 첨삭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언어 교육원은 친구를 사귀기에는 좋았지만 언어 능력 향상, 특히 시험 준비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스페인어 교육원 강의가 끝나고 일단 10월에 있을 B2시험 접수부터 했다. 그리고 사설 어학원의 델레 준비 과정 4주 코스를 등록해보았다. 그곳에서 Edelsa 출판사의 Preparación al Diploma de Español 책을 마침내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반에 1-2명밖에 없어서 진도를 맞춰 빠르게 나가면서도 한 명씩 첨삭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4주 동안 반짝 공부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가장 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독해와 듣기 부분은 혼자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답과 해설이나 단어장이 친절하게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에서 새로운 표현의 뜻을 바로 배우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말하기 쓰기는 즉각적으로 내 답을 교정할 수 있는 선생님이 필요했고, 실제로 C1의 경우에는 학원에서 미리 연습한 문제와 상당히 유사한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10월에 B2, 4월에 C1까지 합격을 했다.